지난 828,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J-Space에서 <디지털 노마드 밋업>이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었다. 스마트워크, 똑똑하게 일한다라는 주제로 세 명의 강사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 혹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각자만의 일하는 방식과 모습들에 대해 들려주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황지윤 과장, 앨리스원더랩 김지환 대표, 제주스마트복지관 문현아 팀장의 순서로 발표가 진행되었다. 내가 사전에 약속을 잡은 인터뷰이는 김지환 대표였다.

 

 

디지털 노마드 밋업에서 강연중인 김지환 대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 2017

 

 

 4월 달에 제주다움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사실 외에는 아는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김지환 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는 제법 큰 목소리로 웃었다. 이야기가 재밌거나 우스워서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 대처한 그의 모습이 너무도 흥미롭고 놀라웠기 때문이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반응이지 않았을까? 김지환 대표는 힘들다고 하면 힘들었을 회사의 지난 모습들을,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들을 재치 있게 그리고 시원하게 풀어냈다. 어쩌면 나는 결코가질 수 없는 모습이어서 더 흥미롭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강의를 마치고 바로 그를 만났고, 일단 그가 어떤 사람인지 편하게 들어보기로 했다.

 

 

# 내 삶, 일에 대한 실험

 

김지환 공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저는 늘 정체성과 싸워왔습니다.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어떤 일을 해야 할까는 늘 저의 숙제였어요. 그렇게 저만의 삶,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왔습니다. 신문배달, 3D 애니메이션 인턴, 네이버 UXDP, 대학원 진학, 대기업, 스타트업은 경험을 중요시 하는 제 삶의 방식의 결과였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저는 늘 새로운 걸 하는 사람, 늘 실험하는 사람이었고 안주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스타트업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이 놀라지 않았던 것도, 아마 이런 저의 방식과 태도를 봐 왔기 때문이겠죠.

 

일단 경험해봐야 안다. 일단 하자!”

 

스타트업 대표, 이런 걸 할 줄은 사실 몰랐어요. 그냥 제가 원하던 일을 하고 싶었고 그렇게 살다보니 현재의 위치가 여기였습니다. 대학원까지 진학해서 UX, 인터랙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LG전자에서 연구원으로 3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창의적이진 않지만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를 늘 좋아했고 그렇게 우연히 미래 기술을 이용한 UX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3년 동안 약 400개가 넘는 아이디어를 특허출원하게 되었어요. LG전자에서는 잘했다며 발명왕도 주고 특허가 명예의 전당에도 올라가고 Microsoft에도 팔리는 것을 보며 제 아이디어가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상과 사람들에게 내 서비스, 제품, 아이디어를 내놓고 싶어졌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스타트업입니다.

 

 

# 전혀 다른 삶의 방식, 스타트

 


회사 직원들과 함께 - 김지환 대표, 이사무엘 공동창업자, 장래영 공동창업자, 전웅 공동창업자

 


김지환 새로운 업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같이 함께할 팀원을 모으고 그 사람들과 운영한 회사의 조직을 꾸리고 들어가는 비용을 구하는 일은 하나하나가 모두 생소하고 어려운 일들이었습니다. 우선 퓨처플레이 인큐베이팅에 들어가 아이디어를 발굴하면서 팀원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1년이 지난 뒤에 투자유치를 하며 법인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4명의 뛰어난 공동창업자들이 든든하게도 함께 해주었고 현재 6명이 함께 업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늘 새롭고 이전에 해보지 못한 일을 하고 있어요. 책에서만 보던 일을 경험하기도 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행해 현실로 만들어 나가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저희는 사용자들이 올려주는 거리뷰 영상을 공간지리정보화 하고 이를 이용해 여러 지역을 탐색할 수 있는 비디오 맵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이어서 특이한 무엇을 하고 있다는 관점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우리의 방식으로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 정해지지 않은 자유로운 환경에서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고 그 속에서 업을 찾아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만의 업을 우리가 정한 스타일로 해나가는 것. 그렇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 그게 창업을 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 그렇다면, 못 할게 없다.

 

 그동안 창업을 한 사람들, 스타트 업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왔기에 그 특성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오래된 방식에서 탈피하고 더 효율적이고 재밌는 방식을 찾는다던가, 남들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색깔을 만들어낸다던가, 돈을 위해 애쓰기 보다는 함께 만들어낸 아이디어, 아이템을 실현하는데 초점을 두는 모습들. 그럼에도 김지환 대표의 강의를 듣다가 놀란 이유는, 생각한 것들을 모두행동으로 옮겼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가 강의 초반에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효율을 높인다면, 못 할게 없다.

 

김지환 처음 창업을 했을 때 생각한 것은, 와 내가 대표다, 내 마음대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그럼 뭐부터 할까? 였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생각해온 그대로 펼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시도한 것이 자율 출근제입니다. 대기업에 다닐 때 거리가 멀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래, 출퇴근 시간을 없애보자!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회사 컴퓨터에서도 서브 모니터로 당당히 게임 방송이나 넷플릭스를 틀어 놓을 수 있는 자유로운 문화, 함께 어울려 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밥 먹고 나서 식후 땡으로 모여서 게임을 하고, 꿈꿔왔던 바베큐 회식까지. 아 그리고 스타트업에게 재택은 필수 아니겠습니까? 화상으로 업무를 참여하도록 시도를 했어요. 그리고 세 달쯤 지나니까, 후회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이 회사에 잘 안 나오기 시작했어요. 의도했던 스마트한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일상이 게을러지게 되었어요. 주 모니터와 보조 모니터의 역할이 바뀌기 시작했고, 야구 플레이오프 시즌에는 아주 정신이 없었어요. 식후 땡 게임이 땡이 아니라 3시간씩 이어졌고, 회식도 끝나고 나면 그대로 흩어지는 허무함. 재택도 무한대로 할 수 있게 했지만, 다들 열심히 일한다기보다는 그냥 쉬고 싶어서 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제가 뭘 착각하고 있는지를 체크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리콘 밸리 문화를 많이 참조하다보니, 자꾸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창업한 직원들도 모두 대기업 출신인데, 신입사원의 월급을 받고 일하게 하는 것이 미안해서, 보상해야 한다는 마음에 뭔가 주려고 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제공하면, 동기부여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속해서 그 동기부여에 대한 실험을 하다 보니, 그건 어떠한 복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분들의 피드백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개발자들이 어떠한 결과를 내었을 때 모두 함께 박수를 쳐주고, 그 결과를 업로드하고, 사용자들이 이용하면서 어떠한 문제가 있다고 고쳐달라는 피드백이 들어오고, 그러다보니 다들 자연스럽게 더 열심히 일하게 되었습니다.

 

 

왼쪽부터 장래영 개발팀장, 전웅 CTO, 이사무엘 CXO, 김지환 대표,

한재권 웹개발자, 정석원 안드로이드 개발자

 

 

 결국에는 효율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시도한 방식들을 수정하기 시작했어요. 자율출근제를 하되, 11시 미팅에는 무조건 참여할 것. 이 미팅 시간을 통해 전날과 지금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어요. 어떤 일을 할 때 이걸 왜 하는지도 계속해서 소통하고, 각자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했어요. 회식을 할 때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앨리싱데이라고 정해서, 개발 릴리즈가 된 것을 다 같이 보고 리뷰를 한 다음에 삼겹살을 먹으러 가는 등, 보상의 개념으로 회식을 했습니다. 재택은, 효율적인 업무와 관련된 사유로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재택을 하더라도 화상을 통해 미팅에 참여하고 사무실 개인 자리에 화상 화면이 항상 뜨도록 하여 빈 자리가 없도록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저는, 효율에 대해서 계속 실험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생각입니다.

 

 

# 리모트워킹, 디지털 노마드, 그리고 제주다움

 

 사실 처음에는 디지털 노마드스마트 워킹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지만, 김지환 대표의 강의 내용은 의외였다. 그는 강의 중에 그곳에 디지털 노마드는 없었다라는 표현을 썼다. 그 부분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어서 제주다움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다시 물었다.

 

김지환 효율적인 업무에 대해 실험을 하다가 리모트워킹을 하는 사람들을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찾아보다가, ‘제주다움을 알게 되어 4월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팀장님을 보내면서 이렇게 얘기했어요. ‘한 달 동안 디지털 노마드 실험을 할 겁니다. 일을 똑같이 줄 건데,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즐기시고, 정해진 100%의 일을 채워보세요. 만약 한 달 동안의 성과가 80%라면 실패, 120%가 되면 확장입니다’. 팀장님은 제주다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열심히 일을 했어요. 그리고 스스로 내린 결론은, 저희 실험의 실패였습니다. 제가 아까 디지털 노마드는 없었다는 표현을 했는데, 물론 개발자에 대한 부분입니다. 개발자가 일 할 수 있는 업무적인 환경에 있어서는 맞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저희는 지금도 다음 디지털 노마드 실험을 위해서 계속 결과를 분석중입니다.

 

 인터뷰와는 별개로, 김지환 대표와 디지털 노마드의 정의에 대해서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 단어 자체가 최근에 많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고정적인 이미지가 만들어져버린 것은 아닐까. 굳이 카페에 가서 일을 해야만 한다던가, 바다가 보이는 풍경에서 여유롭게 일을 해야 한다던가, 마치 돌아다니면서 일을 해야만 디지털 노마드라고 불릴 수 있는 것처럼, 조금은 보여주기 식의 이미지가 잡힌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에는 나도 크게 동의했다.

 

김지환 저는 본인이 디지털 노마드라고 한다면, 디지털 노마드라고 생각해요.

 

 김지환 대표는 사무실에서 일을 하더라도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역시도 같은 생각이다. 우리가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은 디지털 노마드는 어떠한 모습이다가 아니라,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업무 환경을 발견하는 것 그리고 갖추는 것이 아닐까.

 

 

# 디지털 노마드 in 네팔

 

 는 디지털 노마드를 다시 실험하기 위해 네팔로 떠난다고 했다. 저번에 직원 한명을 했을 때 효율이 조금 떨어졌으니, 이번에는 함께 이동해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또 실행으로 옮긴다는 말에 나는 또 웃음이 나왔다.

 

김지환 네팔은 저희가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해서, 히말라야를 비디오 맵핑하면 어떨까, 상업성도 있겠다 생각해서 계획하게 되었어요. 거기에 가면 가이더들이나 포터들이 있어요. 그들과 함께 영상을 찍고, 비디오 맵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펀딩도 진행했습니다. 연내에 다 같이 넘어가서 그곳 환경에 맞는 사업을 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작업을 할 것 같고요. 모든 직원이 해외로 다 같이 움직이면 어떨지, 실험해보고 올 것 같습니다. 네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되면, 전 세계에 랜드마크에 적용시키고 싶어요. 앙크로와트나 이집트 피라미드나. 일단 이 첫 번째 실험을 통해 직원들도 모두 테스트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구글 지역가이드들을 만나 AlleysMap 소개하고 설명하는 모습 - 네팔 카투만두 / 20178

 

 

# 실패가 곧 장점

 

 그의 이야기에 푹 젖어 대화를 나누다보니, 중간부터 내 역할을 놓치기 시작했다. 글로 담아낼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내가 궁금한 이야기만 듣고 있었다. 그에게 제주에서의 시간들을 조금 더 듣고 싶었다. ‘제주다움을 통해 한 달을 제주에서 지내면서 어떠한 장점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김지환 저는 저희가 실험에 실패한 것 자체가 이점이라고 봐요. 실패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패로 끝나면 그거야 말로 문제죠. 실패했다고 없앨게 아니라 계속 나아갈 거니까요. 사실 무엇인가를 실험해 본다는 것조차 쉽지가 않습니다. 6명이 있는 회사에 돈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제주에 보내려고 해도 숙소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실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참여 이유가 충분하다고 봐요. 이 프로그램을 마케팅 한다면, 부담 없이 와서 실험하고 실패하세요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여기 와서 꼭 성공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스타트업이 실험 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큰 이점이에요.

 

저는 시도 자체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것을 실험해 봐도 좋지 않을까요. 예를들어 제가 제주다움에서 어떠한 시도를 해본다면, 디지털 노마드 페르소나 캐릭터를 만들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통계를 기반으로 해변에 있는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혼자 조용히 구석에서 일하는 사람 등 디지털 노마드의 캐릭터를 여러 가지 만들어서, 내가 만약 제주다움을 지원했을 때 나는 어떤 캐릭터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한 달 동안 참여를 하고 나는 어떤 캐릭터인지 찾아가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요. 저는 이런 방법들이 너무 좋습니다. 제주다움 프로그램이 즐겁게 잘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이곳이 아니라 카페 하나를 빌려서 해도 좋지 않을까요!

 

 

제주다움 첫날 단체 사진 간드락게스트하우스 / 20174

 

 

 김지환 대표는 이번 강연에 참석하게 된 것도 제주다움 프로그램과의 인연이라고 얘기했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을 때, 지난 7월에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물었듯이 그에게도 갑작스레 질문을 던졌다. 당신에게 제주다움이란? 그는 원래 이렇게 준비 없이 대답하는 건가요?’라며 멋쩍게 웃었지만, 크게 고민하지 않고 답해주었다.

 

김지환 제주다움은 실험소 같아요. 계속, 그렇게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 다시, 제주

 

 인터뷰를 끝마치며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혹시 또 한 달을 제주에 머물게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시간들로 채우고 싶은지. 그의 대답은 간결했고, 확실했다.

 

김지환 그냥, 쉬러 오고 싶어요. 제주도의 평화로운 자연경관, 시원한 바람, 고요한 별빛을 그냥 아무생각 없이 느껴보고 싶습니다. 스타트업 전에는 말 그대로 여행지를 둘러보기 바빴고, 스타트업 이후에는 업무를 하러 가는 게 더 많았어요. 이제 가볼만한 여행지는 모두 한 번씩 가보았고 제주도의 경험도 쌓여가니, 이제 그냥 제주도를 느끼는 쉼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게 언제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지만요(웃음).

 

 그의 마지막 말의 나도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웃었다. 제주는, 그런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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