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뜨거운 태양을 거침없이 받아낸 듯한 구릿빛 피부에 짧은 숏커트가 매력적인 프리랜서 개발자 이수진님을 J-Space에서 만났습니다. 작곡을 전공했고,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가, 지금은 1년차 개발자로 경험을 쌓고 있다고 하는데요. 당차고 한량(?)일 것 같았던 첫인상의 이수진님은 오히려 신중하고 자신에 관해 철저한 사람이었어요.

 

 

J-Space 제주에서 리모트워크를 해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이수진 제주에 여행을 길게 와보거나 지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주라는 지역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가 첫 번째고요. 두 번째는 제가 리모트워크를 시도해 본적이 없어요. 서울에 살면서 프로젝트를 참여하면서 사무실 밖에서 리모트워크를 한다고 하긴 했는데, 프로젝트 멤버들을 너무 자주 만나다보니 사실 사무실을 벗어낫다 뿐이지 같이 일하는 것 똑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지리적으로 바운더리를 완전히 벗어나서 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예전에는 2년 반 정도 직장생활을 했었어요. 10시부터 7시까지 같은 사무실에서 항상 같이 일하고, 아침마다 모여서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항상 공유 했고요. 제가 개발팀이었는데 개발자들의 로망이 디지털노마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실제로 될까?라는 부분에 있어서 저는 안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왜냐하면 팀원들이랑 의견 충돌이 있거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될 때, 얼굴 보고 이야기 하는것이 낫지 밖에 있으면 메신저로 해야 되니까. 그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제주에서 한 번 경험해보고 제 자신을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제주의 하르방과 함께 한 이수진님>



J-Space 저는 수진님이 본투비 리모트워커인줄 알았어요. 인터뷰 하자고 했는데 자꾸 서면으로 하자고 해서(웃음) 대면하는 것 별로 안좋아하는건가 했거든요.

 

이수진 저는 직장생활을 마친지 얼마 안돼서 리모트워크라는 업무방식은 저에게도 생소해요. 직장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챌린지였고. 사무실이라는 업무공간을 벗어나는 것도 솔직히 무서웠어요.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일한다는 것이 자유로울 것 같고 장밋빛인 것처럼 그려지는데, 한편으로는 내 사무실이 없고, 팀원이 없고, 소속이 없다는 것이 두려웠어요. 이게 잘 맞으면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고, 저랑 맞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러면 다시 회사로 들어간다던지, 저한테 맞는 것을 찾고 싶어요.

 

J-Space 프리랜서 개발자가 리모트워크로 일할 때 애로사항은 있더라고요. 일을 따낸다는 것, 신뢰를 확보한다는 것, 일을 제때 마감한다는 것. 이런것들이 중견 개발자는 할 만한데 젊은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수진 , 제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다른 분께서 소개해주셔서 하게 되었어요. 어느 스타트업에서 필요한 웹사이트를 만들고 있어요. 계속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고, 로그 기록을 계속 확인하기도 하거든요. 내가 어떤 업무 하고 있고, 몇 시부터 몇 시까지는 이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그 분도 알아야 되죠. 그래서 연차가 짧거나 경력이 없는 분들은 이런 플랜을 짜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강제성이 없다 보니까, 자기 라이프스타일을 매니징할 능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게 관리가 어렵다면 많이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안보이는 곳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 베이스라서 어려움이 있어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계속 공유하고, 어디까지 했고, 이 일을 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최종 데드라인을 계속 알려줘야 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업무를 진행할 수 있으니까.

 

J-Space 수진님은 프리랜서로 일한지 얼마나 됐나요?

 

이수진 저는 기획자로 입사를 했다가 회사 다니면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바꿨어요. 그래서 연차는 1년밖에 안돼요. 대학 졸업하고 입사해보니 기획자가 할 수 있는 포지션이 많이 없어졌어요. 사업 계획이 변동되면서 잦은 부서이동 때문에 업무의 연관성이 너무 없었고, 기획보다는 운영적인 것을 하다보니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담당한 플랫폼이 회사에서 전투적으로 운영하고자하는 서비스는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개발자는 기능을 구현하는데 재미를 느끼고, 날마다 성장을 한다는 것이 정말 부러웠어요. 저랑 같은 선상에서 출발 했는데, 개발자 동료들은 1, 2년 지나니 제가 다가갈 수 없는 어떤 영역에 닿더라고요. 자기가 좋아하기도 하고 열심히 하기도 하니까 실력이 급성장하는 거에요. 그들은 업무 퍼포먼스도 좋고 성과도 좋은데, 저는 제자리였어요. 너무 스트레스 받았어요. 그래서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스터디 많이 나가고 하면서 커리어를 바꾸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J-Space 그때가 장고걸스를 시작한 때인가요?

 

이수진 네. 파이썬으로 처음 프로그래밍에 입문했어요. 당시 업무가 온라인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 만드는 일이었는데, 어쨌든 개발 지식도 알아야 하고 해서 파이썬을 공부를 했고, 장고걸스 커뮤니티도 그때 같이 시작하게 됐어요. 운 좋게도 그 때는 시간이 정말 많아가지고.(웃음) 공부도 하고 튜토리얼 번역도 다 하고 장고걸스 워크샵 준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력이 되었어요. 저는 장고걸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좋은 분들도 만나게 되고 그 분들을 통해 기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술에 관심있는 여성들이 와서 프로그래밍으로 웹사이트를 한번 만들고 가보는 경험을 주는 워크샵은 없었거든요.



<장고걸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때의 이수진님>



J-Space 장고걸스 프로젝트를 좀 더 소개해 줄 수 있나요?

 

이수진 장고걸스는 2014년에 설립된 여성들의 프로그래밍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지지해주고자 설립된 비영리 단체이자 커뮤니티에요. 폴란드에 있는 올라 시타스카(Ola Sitarska)와 올라 센데카(Ola Sendecka) 두 분이 파이콘에서 만나 “왜 컨퍼런스에는 우리와 같은 여성 개발자들을 찾아보기 힘들까”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어요. 이전에 레일즈걸스 커뮤니티에서는 코딩을 처음해보는 여성분들을 대상으로 워크샵을 진행했었고, 이들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파이썬 & 장고 튜토리얼을 제작했고 오픈소스로 공개했습니다. 현재 15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지난 3년동안 전 세계 77개국에서 380개 워크샵이 열렸고, 3만명이 넘는 여성들이 프로그래밍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2015년 여름에 저와 레이첼이라는 미국인 친구와 함께 파이썬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저의 멘토셨던 개발자 분을 통해 장고 프레임워크와 장고걸스튜토리얼을 알게 되었어요. 레이첼이 장고걸스워크샵을 열어보자고 제안했어요. 자원봉사자 코치 분들과 함께 장고걸스 튜토리얼을 번역을 첫 기점으로 우리나라에서 장고걸스서울이라는 커뮤니티로 장고걸스 워크샵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어요. 장고걸스 워크샵은 일종의 파티패키지와 같아요. 워크샵 개최 경험이 전무해도 워크샵 준비매뉴얼과 코치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개최할 수 있어요. 또한 워크샵에 필요한 모든 준비물 -현수막, 포스터, 이름표, 후원메일작성법- 등까지 모든 것들이 공개되어 있어서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됩니다. 심지어 여성개발자들을 대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매너교육도 있어요. (웃음) 가령, 튜토리얼에는 여성들은 가면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는데 실제로 잘하고 있음에도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니,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주라는 조언이 있어요 그래서 아예 워크샵을 할 수 있게 프로세스가 다 매뉴얼화 되어 있으니 누구든지 신청할 수 있죠.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파티패키지”를 신청하면 풍선과 뱃지, 스티커 등 워크샵 용품들이 국제 택배로 발송되어요. 실제로 워크 받기 힘든 곳이 있기 때문에  있어요. 그래서 그런것들을 살 수 없는 지역에서도 신청하면 파티패키지로 받아요. 현재 같이 저와 장고걸스서울을 시작한 레이첼은 미국에서 장고 개발자로 일하며 장고커뮤니티의 기여를 인정받아 장고 재단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J-Space 앞으로는 어떤 일 하고 싶으세요?

 

이수진 지금은 자바스크립트로 개발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과 기술을 융합한 프로젝트를 해보려고 해요. 내년에는 장고걸스와 유사한 여성 대상의 자바스크립트 워크샵을 개최해보고 싶어요. 매일매일 성장할 수 있는 일, 나의 인생을 의미있게,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J-Space 그래도 무던히 노력하시는 것 같아요.

 

이수진 많이 참고 살았습니다.(웃음) 도스토옙스키 모든 인간에게 가장 끔찍한 벌은 "평생 동안 아무 쓸모도 없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라 말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회사를 다니면서,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 많이 힘들었어요. 누군가가 나를 성장할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은 최악의 고통이었어요. 어느 날 출근 길에서 버스를 탄지 10분 만에 실신한 적이 있었어요. 무기력증 때문이죠. 책상 앞에 있는 제 자신을 바라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보였고,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만큼 가혹한 형벌은 없어요. 그동안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구나라는 생각에 그 날 이후로 마음을 많이 정리했어요.

 

J-Space 그 스트레스를 달리기에 푸신건가요?

 

이수진 네. 운동도 마음에 여유가 있어요 시작할 수 있는데, 마음고생할 때는 운동도 하지 못했어요. 퇴사를 준비하면서 달리기를 시작했어요. 작년 12월 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지금은 주 3-4회 정도 꾸준히하고 있어요. 운동화 하나만 있으면 어디든지 달릴 수 있으니까요.


 

<제주의 해안도로를 달리는 이수진님>



J-Space 달려라하니 같아요.

 

이수진 일 모니터 보고 앉아 있으면 답답함한데, 파이팅 넘치는 분들과 함께 달리면 온갖 스트레스가 사라져요. 서로 격려하고 응원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지요. 혼자 일하다보면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처음 러닝에 입문하시면 최대한 우리집과 가까운 곳인 우리 동네 한바퀴를 달려보세요. 달리기를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숨겨진 장소도 발견하고, 새로 생긴 가게도 보면서 여행하는 기분이 들거에요.

 

 

 달리기를 좋아하는 당찬 여성개발자 이수진님. J-Space 이곳 저곳을 누비며 건강한 에너지를 전해주었어요. 제주에서 장고걸스 워크샵을 열어보고픈 분들이 있다면 수진님과 함께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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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sujinlee.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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