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위워크 페스티벌에서 강연중인 이힘찬 작가 - 남산 국립극장 / 2014


작가프리랜서 그리고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직후마케팅 회사에서 스토리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마케팅에 대한 전체적인 일을 배우고 실행하며,후반에는 팀장으로써 열심히 업무를 이어갔다그러던 중 2013년 여름에 감정적인 아픔을 겪으면서 한동안 멘탈적으로 완전히 무너졌었고가을이 다가올 무렵내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일기형식으로 SNS에 감성적인 글과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2014년 초예상치 못한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출판 제의를 받았고다른 곳에 에너지를 쓰기 보다는 책 작업에 집중하기 위해 과감하게 회사를 퇴사했다멀쩡히 벌던 돈을 포기하고 이었던 책 집필에만 몰두, 2014년 8월 그림에세이 감성제곱을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첫 작업이라 많이 지친 상태였지만, SNS 채널에 확보된 10만 명의 팬들 덕분에 바로 다음 책 제안을 받았고잠깐의 휴식 후 바로 집필을 시작했다. 2015년 3그림에세이 사랑제곱을 출간하며 동시에 로망이었던 개인 카페를 보라매역 근처에 오픈했다카페를  운영하며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여행에 대한 글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2016년 4사진에세이 오늘 하루낯설게를 출간했다.

 

 그 후로도 공방을 운영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치다가 현재는 모든 일을 정리하고사진 촬영/칼럼 연재/이미지(제작 등의 분야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그리고 구독자 20만 명이 있는 카카오스토리 채널 감성작가 이힘찬을 중심으로매일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으로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카카오 스토리채널 감성작가 이힘찬



그렇게, 제주에 왔다.

 

 제주에 온지는 어느새 세 달차에 접어들었다제주에 오랫동안 있어야지-라고 어떤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온 것은 아니라서 정신없이 흘러간 시간도 적지 않다제주라는 공간은 예전부터 좋아했지만처음에는 여행지조금 지나서는 쉼터의 의미로 자리 잡았을 뿐어떠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마주하지는 못했었다그랬던 내가 제주에 머무는 동안 이전에 시도하지 않았던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에 도전하며 전혀 새로운 시간들을 보냈다.

 

 처음 시작은 제주다움이었다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직업/성별/나이/분야가 다른 열 댓 명의 사람들이 한 달 동안 제주에서 함께 생활하며 교류 할 수 있도록 숙소와 작업 공간 및 특정한 기회들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평소 생활하던 공간을 떠나 새로운 공간에서의 한 달은 그리 짧은 기간이 아니기에 걱정도 많았지만기존에 하던 일들이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편이라서 걱정 보다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신청을 했다.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제주 체류의 목적이 필요했는데내 목적은 제주를 담은 작품의 연재였다제주에 여행으로 오는 사람들은 많지만,자기만의 방식으로 제주를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제주에는 많은 매력이 있고제주만이 주는 에너지가 있는데,잘 몰라서 혹은 복잡해서알아볼 여유가 없어서 라는 이유로 누군가 거쳐 간 길만 쫓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그냥 어디가 예쁘고어디가 맛있고-가 아니라 제주에서 이런 것도 할 수 있다제주에는 이런 힘이 있다는 것을 글과 그림 사진으로 전하고 싶었고그것이 내가 제주에 머물기로 마음먹은 가장 큰 이유였다.



제주다움 프로그램에 처음 참가 했을 때 제공 받은 사물함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체류존 / 6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제주에 조금 더 머물게 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내가 몇 년 동안 만났던 사람들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물론 스쳐간 사람들이야 이전에도 많았겠지만한 공간에서 오래도록 서로를 마주하고 서로의 생각을 듣고서로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네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었다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그 자체만으로도 유익한 공부가 된다어떤 지식에 대하여 내가 모르는 파트내가 간과해온 것들내 생각이 아직 닿지 못한 부분이나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강제적으로가 아닌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배우게 된다그 방법이란 바로 소통커뮤니케이션이다.

 

 예를 들어 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작가이지만문학과 예술에만 시선이 꽂혀있어 사업에 대해서는 정말 1도 모르는 사람이다운영했던 카페도 손님들에게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만 하다가 매출은 조금도 올리지 못했고오래 가지 못해 외부의 압력으로 문을 닫아야만 했다한 번은 내가 연재하는 작품에 사용한 폰트 때문에 110만원의 벌금을 내는 일도 있었다특정 분야에만 몰두하다보니자연스럽게 놓치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다그런데 제주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동안에는내가 생각했던 것이나 겪었던 것을 꺼내놓는 것만으로 수많은 피드백이 돌아왔다그게 감정적인 부분이든 일에 대한 것이든사람의 관계에 대한 것이든분야에 상관없이 필요한 답이나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그게 공동체가 가진 힘이고꼭 사업에 대한 얘기가 아니더라도그 생각의 나눔 자체가 유익한 교류였다.

 

 제주다움에 처음 참여했던 6월에는밝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늘 혼자 작업하는 것에 익숙해져있던 나는 제주에서도 당연히 혼자 움직이느라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어울릴 자신도 없었다그런데 먼저 다가와주고 물어봐주고챙겨주는 사람들 덕분에 마음을 열고 그 공동체에 어울릴 수 있었고제주에 적응 할 수 있었다. ‘한 달을 같이 지냈으면 가족 아닌가요?’라는 6월 제주다움 참여자 김도연님의 말처럼, 7월로 넘어간 후에도 그들은 서로의 안부를 챙기며 위로하고 응원을 이어갔고서로의 필요부분이 맞았던 이들은 함께 손을 잡고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그 과정 자체가 너무도 자연스러웠고그건 아마도 제주라서 가능한 과정이었다제주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서로를 가까이 끌어당겨주는 힘 덕분이었다.



참여자 조해인 님과의 협업 콘텐츠 캘리 : 조해인 / 그림 : 이힘찬



연결고리, 벽을 허물다.

 

제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SNS에 제주 체류일기를 쓰고개인적으로 하고 있던 연재 일도 계속하며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도 나누다보니 한 달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갔다적응하기에는 적합한 시간이었지만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에 내게는 조금 부족한 시간이었다그래서 프로그램 연장 신청을 했고, 7월에도 한 달 더 머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게 되었다. 6월에 사업하는 분들과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분들을 만났다면, 7월에는 나와 같은 혹은 비슷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제주다움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이민정 작가님부터 캘리 작가 조해인 님일러스트레이터 정희정 님침선장 전수 장학생 박미영 님이 있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그 대화 안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교류가 일어났는데그것은 그저 작가로써의 정적인 활동만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재능과 콘텐츠를 이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교류였다.

 

그 교류를 통해 일어난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콜라보레이션을 시도했다는 것이다예술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나의 경우에도 개인 채널에서 연재를 할 때지극히 개인적인 컨셉과 세계관이 있기 때문에 작품을 누군가와 의논 한다거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그랬던 내가 먼저 다른 작가의 작품 위에 내 생각을 입히거나내 그림과 다른 작가의 그림을 함께 넣어 작업하는 등의 시도를 했다제주라는 땅에서 만난 사람들과제주에서 얻은 방법들을제주에 있는 동안 실현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사람들 간의 소통이그동안 보지 못했던보려고 하지 않았던 연결고리를 찾아냈고서로의 세계에 세워져있던 벽을 허물어 버린 것이다.



참여자 조해인 님과의 협업 콘텐츠 / 참여자 정희정 님과의 협업 콘텐츠



제주라서, 참 좋았다.

 

 7월에는 유난히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었다사람들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개성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고이 특별한 만남과 특별한 시간들을 온전히 기록하고 싶다는 내 욕심 때문이었다. 7월 프로그램이 끝나갈 즈음그동안 찍었던 사진과 영상으로 8분짜리 영상을 제작했는데그 영상 끝에 넣기 위해 7월 제주다움 체류자들과 몇몇 센터 관계자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당신에게 제주다움이란?

 

 여기서 제주다움이란프로그램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했고각자가 가지고 있는 제주-다움을 의미하기도 했다그렇게 각자의 소중한 생각들이 영상 끝에 담겨졌고평범한 영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아래는 그 대답들 중 일부.



 어떤 일을 하든우리는 사람을 만나야하고무슨 일을 하든결코 혼자 이룰 수 없다앞으로의 모든 과정 속에 항상 교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그리고 그 일에 대한 추진력과 원동력을 위해 항상 쉼이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그 부분에 대해 직접적으로 마주하고그래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그렇게 부족한 부분은 채워나가고노력한 만큼 또 쉼을 취하고지금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그 과정들을 배우고 시작한 곳이 제주-라서참 좋았다제주는 그런 요소들을모두 갖고 있으니까



7월 제주다움 참여 마무리 영상의 일부 캡처 화면



쉼과 도전과 만남과 성장, 제주

 

 나는 디지털 노마드의 뜻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처음 알았다내가 디지털 노마드에 속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나를 포함하여 제주에 체류하는 많은 이들이이곳에 머무는 동안 본인의 하던 일을 유지하면서 제주만의 새로운 콘텐츠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그만큼 제주가 장소에 제한이 없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예술가의 경우 제주의 많은 풍경과 만남들이 작품에 대한 수많은 영감을 준다면사업하는 이들에게는 제주가 어떠한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혹은 보완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곳인 셈이다.

 

 제주의 매력은여유에 있다높게 치솟은 각진 건물들과서로 밀치며 달려야하는 교통쉬는 것이 눈치 보이는 환경 속에 살아가는 이들에게넓은 바다와 경계가 헷갈리는 푸른 하늘과 아름답게 펼쳐진 숲 속 풍경들은 여유를 선물한다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길로 마주하다보니새로운 생각이 열리고 새로운 길이 뚫린다그래서 제주는쉼의 상징이고 도전의 상징이며만남 그리고 성장의 상징이다.



하도리 임군자 상군 해녀님의 가족과 함께. 뚜럼 브라더스, 한국기행 감독&PD, 일러스트레이터 정희정


 

 제주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 제주에서 더 많은 풍경을 마주하고 싶다. 그리고 더 많은 글과 그림과 사진으로 제주만의 진짜 매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잠시라도 좋으니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의 그림을 다시 그려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이왕이면, 이곳 제주에서.





 


다음 글부터는 이힘찬 작가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J-Space에서 만난 사람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기록하는, ‘J-Space 감성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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