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가진 것은 없어도 직접 만든 엽서 몇 장에 이야기를 담아 사람들과 나눈다면, 그 수익으로 얼마든지 여행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안녕하세요. 이제 막 스물 둘이 된(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봐주지 않는), 그리고 언제나 하고픈 말이 참 많아 글도 쓰고 사진도 찍는 김재일 입니다. 굳이 어떤 직업의 타이틀을 빌리자면, ‘여행작가가 가장 어울릴 것 같아요. 열아홉 살에 혼자 제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스무 살이 되자마자 그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스탭 생활을 시작했고, 그해 늦은 봄에 엽서를 팔며 지속하는 세계여행을 떠났답니다.


 


 

<대만 행 편도 티켓과 카메라, 용돈 20만원으로 떠난 여행>


 스무 살에 떠났던 1차 여행 때는 대만 행 편도 티켓과 카메라, 용돈 20만원이 가진 것의 전부였어요. 그건 숙박비를 떠나서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기에 어떻게 해서든 현지에서 돈을 벌어야 했죠. 그래서 제가 가진 경험과 기술을 살려 여행지의 게스트하우스 스탭으로 일하면서, 쉬는 시간에는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 직접 만든 엽서를 판매했어요. 대만의 호스텔에서는 객실 사진을 새로 촬영했고, 홍콩의 호스텔에서는 객실사진 촬영과 개편될 홈페이지에 공개할 홍콩 관광지도를 디자인 했답니다. ,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힌 한국 관광객들의 구원자 역할도 했고 안내문 번역 작업도 했죠.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낸 적도, 일을 해 본 적도 없었다면 이런 방법으로 숙박비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거예요.


 엽서는 6장이 들어있는 한 세트를 6천원 정도의 가격에 판매했는데, 대만에서 꽤나 큰 히트를 쳐서 그 이후의 일정을 조금은 여유롭게 가져갈 수 있었어요. 물론 큰 위기도 한두 번 있었지만, 엽서를 열심히 팔아서 굶어죽지 않고 4개국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죠. 그 이후로는 여행할 때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에서 일을 했고, 제주에 방문한 리모트 워커 그룹의 현지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2016년 말에 다녀온 2차 여행 때는 싱가폴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는 한 원장님의 초대를 받았는데, 그곳 아이들의 졸업 발표회 촬영을 부탁받았어요. 꽤나 큰 유치원이었던 터라 졸업공연도 무척 크게 하더라구요. 사례비를 따로 받지는 않았지만 원장님 댁의 게스트룸에서 2주가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편하게 지낼 수 있었고, 언제나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을 얻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죠.


 

 


<지출관리, 그리고 사람들과 떨어진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


 여행을 다니는 프리랜서 생활을 하면서 수입과 지출관리 부분에 관한 어려움을 뼈져리게 느꼈어요. 일반적인 근로자는 생활환경의 변화폭이 작은 만큼 고정비용의 변화폭도 작아서 예측이 가능한 반면, 여행을 다니는 사람의 고정비용은 그렇지 않거든요. 돌아다니며 일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돈이 빠져나가곤 하죠. 나라별로 날씨, 생활환경, 물가, 문화가 다르니까요. 특히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항공료와 교통편을 위해 지출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그리고 어느 곳에서나 월세 집보다 게스트하우스나 호텔이 훨씬 비싸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지출액이 높은 편이랍니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곳에 간다고 해서 돈이 절약되는 것도 아니라는 게 큰 아이러니이기도 하구요.

 

<스릴과 불확실성, 그 참을 수 없는 매력>


 저는 아직 여행을 하며 생활을 안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경험적, 경제적 기반이 부족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여행을 다니는 이유는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랍니다.


 누구에게나 타고난 기질이라는 것은 존재하죠. 어떤 사람들은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비슷한 일을 반복하며 경험과 내공을 쌓아가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지만, 반대로 저는 울타리 밖의 위험과 다이나믹함이 없으면 축 늘어지고 눈이 풀려버리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고정된 일자리를 구하기보다 저의 능력을 활용하여 여행사진 작가, 혹은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쪽을 선택했답니다.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것그것이 핵심인 것 같아요. 정해진 출퇴근 시간과 장소가 없으니, 책을 읽거나 코딩/ 경제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 관한 공부를 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란 것은 좋은 보너스구요.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전하다>


 많은 일들을 했지만,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사람들을 가르치는 일인 것 같아요. 교과서에 나오는 수능이나 국가고시 말구요.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경험, 지식, 지혜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요. 여행을 통해서 배운 것들, 책에서 배운 것들, 일상 속에서 깨달은 것들, 심지어는 게임을 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까지도 말이죠. 소소하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고, 넘어진 사람들을 일으켜 주고, 때로는 따갑게 질책하기도 하면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랄까요? , 영상, 사진과 같은 외적인 형태보다는 그 안에 담을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고 싶네요. 물론 예쁜 표지에 담긴 책이 좋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요.

 

<변화의 흐름, 그리고 리모트워커>


 이제는 더 이상 사무실에 앉아있어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싱가폴의 한 마트에서는 한명의 점원이 10대의 셀프 계산대를 관리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력이 줄었고, 이제는 집에서 주민등록 등본을 인쇄할 수 있으니 동사무소의 사무원 자리도 줄어들었어요.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면서 고용의 형태나 업무도 더욱 다양해졌구요. 원격 근무를 기본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생겨났고, 앞으로도 많은 회사들이 그렇게 바뀌겠죠. 그런 변화는 서서히 오는 것이 아니라 고요하다가 임계점을 넘기는 그 순간에 산사태처럼 쏟아져 내려올 거에요. 그래서 이제는 사람들이 원격 근무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기보다는 현실적인 방안들을 모색하며 방향을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과도기는 불안의 시기가 아니라 기회의 시기잖아요. 저는 지금이 어느 때보다 리모트워커나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하기 좋은 때라고 봐요. 선구자들 덕분에 어느 정도 기반은 잡혔지만 아직 그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지는 않은 시기니까요. 변화의 흐름을 읽고 그 방향으로 먼저 뛰어들면 변화가 일어난 이후에 부랴부랴 옮겨온 사람들에 대해 우위를 점할 수 있죠.


 곧, 저와 같이 자유롭게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때가 올 거라고 믿어요. 사람들의 생각도, 편견들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부드러워지고 열리게 되겠죠.

 

 오늘부터 다시 엽서를 판매해볼까 해요. 이전 여행 때와는 다르게 당장 엽서를 판매하지 못해도 밥은 굶지 않을 수 있으니, 부담은 조금 덜하겠죠. 처음 떠난 엽서여행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저는 아직 그 때 가졌던 믿음을 다시 가져보려 해요. 도전을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거라는, 그 믿음을 말이에요.


 천천히 차곡차곡, 다음 여행을 준비해보려구요. 엽서 구매로 후원해주신 분들의 이름은 절대 잊지 않을게요. , 엽서 꽤나 예쁘답니다.


스물 둘, 다시 시작.



김재일 Cont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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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노마드브릿지 김재일


재일님은 디지털노마드브릿지 프로그램 참가자입니다.


디지털노마드브릿지는 제주를 찾은 디지털 노마드와 소통하며 제주도를 알리고 문화를 교류하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외국인들에게 제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관광지를 홍보하며 참가자들은 디지털 노마드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프로그램입니다.

 

재일님은 제주에 체류중인 디지털 노마드 팀 Hacker Paradise 멤버들과 전문분야 (개발, 사진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비디오를 촬영 및 편집하여 런칭 하였습니다. 본 작업을 진행하면서 Hacker Paradise 운영팀에 함께 하는 것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하였는데요. 디지털노마드브릿지 프로그램 종료 후, 영상작업을 위해 그들과 해외 일정을 함께 하기도 하였습니다.

 

현재는 제주와 해외를 오가면서 사진과 영상에 관한 재미난 일들을 하는 노마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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